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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보현산맥

*[환경]'환경은 유전자도 조절한다'

[환경칼럼] --------  2004.02.19

 

 

 

                              *환경은 유전자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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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바라는 최대의 소망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을 이루는데 커다란 걸림돌은 암, 에이즈 그리고 최근의 조류독감이나 사스 따위와 같은 질병에 대한 공포다. 이 악성 걸림돌을 해결할 첨단학문은 다름 아닌 21세기 인간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는 생명공학이다.

 
만약 누군가가 생명공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최대 소망인 불노장생할 수 있는 유전자 기술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그는 컴퓨터산업의 영웅 빌게이츠보다 더 큰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세포의 핵 속에 들어있는 유전자 구조는 머리에서 발끝에 있는 세포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다. 유전자는 온통 DNA라고 하는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 구조를 자세히 보면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이라는 4종류 염기들이 쌍으로 결합하여 배열되어 있다.
 
한 개의 세포에 들어 있는 염기쌍의 수는 32억 개 정도로 확인되었고, 또 이들 염기쌍들이 배열되어 있는 순서나 위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러한 사람 유전자에 대한 연구의 발전 속도를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고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금세기 안으로 인간이 그토록 갈망해온 불로장생 유전자, 두뇌를 좋게 하는 유전자, 얼굴을 예쁘게 하는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리라 예상된다. 심지어 이러한 유전자를 모두 갖춘 맞춤형 인간까지도 어느 시점에서는 탄생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 연구 결과가 과연 인간사회를 행복과 풍요로움으로만 이끌 것인가? 인간 수명이 현재보다 길어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복제인간 탄생으로 `나'와 똑같은 여러 명의 `나'가 존재하게 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문제, 그리고 유전자 성형수술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비슷한 능력과 소질을 갖고 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 따위는 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가?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우려에 앞서 생명공학은 우리사회가 원하는 놀랄만한 일들을 끊임없이 제시해 주고 있다. 한 방울의 피, 침, 눈물과 한 올의 머리카락만으로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낱낱이 밝혀낼 수 있고, 동물의 장기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드디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차츰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대가 예기치 못한 제2의 히틀러나 아프리카의 이디아민과 같은 독재자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모든 유전자들의 기능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개인이 처한 여러 주변 환경과 그 요인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오직 유전자 연구만으로 인간이 원하는 욕망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여기 한 예로 유전자 구성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를 생각해보자. 한 명은 부잣집의 우수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다른 한 명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 한 후 30세가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의 외모는 쌍둥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 습관 등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동일한 유전자 구성에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까닭은 그 동안 살아온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유전자의 기능발현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은 어떻게 보면 유전자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개개인의 능력과 감성, 판단력 등에는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며, 이 유전자들은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오늘날, 자녀교육과 그 성공에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있는 젊은 부모들에게 나는 당부하고 싶다.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 남보다 앞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불변의 요소이지만, 환경은 유전자의 좋은 능력이 최대로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나쁜 유전자를 억제시킬 수도 있는 조절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좋은 유전적 특성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자녀들의 유전적 특성이 최대로 나타나게 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정수(영남대 교수.생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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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imaeil.com/ (최병고 기자) /   200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