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보현산맥

*[진화]'진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환경'

fireball(2) 2022. 8. 24. 22:22

2007. 3. 24

 

 

 

                             *진화*                             

- 진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환경 -

 

 

 

- 영국 고생물학자 “지형·기후 변화가 진화의 궁극적 원인”가장 오래된 포유류 서식지 -
- 아프리카의 생물종 변화 복원미국 지질학자 “인간에 특별한 지위 준 건 진화 아닌 환경” -
- 인간 중심 진화보다 생물권 전체 차원서 바라보기 당부 -


<에덴의 진화>
앨런 터너·마우리시오 안톤 지음. 안소연 옮김. 지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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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철학자나 종교인이라면 조용한 곳에서 묵상을 통해 답을 찾으려 하겠지만
고생물학자나 지질학자는 장화를 신고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시베리아의 퇴적암층을
쏘다니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 대학교의 척추고생물학 교수인 앨런 터너가
아프리카 포유류의 진화 역사를 집대성한 <에덴의 진화>(지호 펴냄)와
미국 하버드대의 나사 우주생물학연구소 연구원인 앤드류 놀이 생명 탄생 학설들을 망라한
<생명―최초의 30억년>(뿌리와이파리 펴냄)은 현생하는 식생과 화석,
암석뿐만 아니라 탄소동위원소·유전체 분석 등
각종 현대적 측정기술을 총동원하는 ‘현장 뛰어들기’ 방식으로 서술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터너 교수는 생물의 형태와 기능은 어떻게 진화하고, 이 진화가 종 분화와 어떤 연관이 있으며,
인간의 진화 과정이 다른 포유류 계통의 진화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연구 테마로 삼았다.
원시 인류의 대륙간 이동이 포유류의 이동과 궤적을 같이 한다는 데 착안한 그가
현존하는 포유동물의 4분의 1인 1100여종이 서식하는 아프리카에 주목한 것은 당연하다.
아프리카는 인류를 포함해 대부분의 현생 포유류들이 탄생한 ‘에덴’으로,
진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진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생물학자들의 ‘화두’가 된 이 질문에
터너는 ‘지형과 기후의 변화야말로 진화의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지형과 기후의 변화가 진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는 성급함을
피하고 있다. 그의 탐사는 전체 육지 표면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자연지형과 기후 분석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는 포유류의 ‘에덴동산’

 

터너의 다음 작업은 이렇게 형성된 생물종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일이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 전문화가인 마우리시오 안톤과 함께
화석을 바탕으로 수백종의 멸종동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은 이 복원된 멸종동물들에 대한 서술과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분포해 있는 화석 발굴지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가 뒤를 잇는다.
터너 등은 마지막 장에서야 조심스럽게 3천500만년에 걸쳐 발생한
아프리카 포유류의 진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시했다.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사람족은 사람속에 속하는 종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터너의 결론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서만 과거의 사실을 밝힐 수 있다는 고집스런 고생물학
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약 200만년 전인 플라이오세 말기에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대륙 사이에 포유류의 이동이 이뤄졌고,

사람족 역시 이때 이주를 했다면 그들은 현대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너는
아프리카 생물상의 보존이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물종의 존재가 약리학 분야에서
혜택을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유류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아프리카 동물상 진화의 산물일지 몰라도, 다른 어떤 종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관
리인은 아니다”라며 “도덕적 가치나 경제적 논리에 기초한 노력보다는 강한 감정에 바탕을 둔
행동만이 아프리카 포유류의 보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터너가 방대한 아프리카 포유류 서사시를 쓴 이유다.

공룡이나 삼엽충이 살기 훨씬 이전의 30억년 전 생명의 기원 탐사에 나선 놀 박사도
진화의 주인공 자리에 생물 자체가 아니라 환경을 초대한다. 인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환경
이지 진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지질연대를 ‘이언’(eon)이란 단위로 나눈다.

4개의 이언 가운데 가장 현대인 현생이언은 5억430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말한다.
현생이언과 이전 시기의 경계 지점이 고생대의 캄브리아기여서
이 시기 이전을 선캄브리아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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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 여자와 아이들 상상도.
그들은 원시 사람족 종보다 더 크고 구조화된 사회집단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유인원처럼 털을 고르는 것은 더 이상 집단 소속원들 사이의 결속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신 사회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인간 특유의 새로운 방법인
웃음이 이 단계에 나타났을 것이다. [지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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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생명…>에서 생물학계의 오랜 논란거리의 하나인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에 나선다. 화석 기록에는 이 시기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복잡한 구조의 다양한 동물들이
대거 출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윈이 이 화석을 보면서 생물 진화에 대해 품었던
근본적인 의문에 답하려는 학자의 대열에 놀도 참여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를
곧바로 캄브리아기로 안내하지 않음으로써 모세의 이스라엘민족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40년을 헤매고, 중국공산당이
대장정의 고난을 감내한 것처럼 우리가 ‘생명
의 섭리’를 체감하도록 한다.


네번째 빙하기 ‘산소 증가’ 가설

놀은 진화는 유전자의 변이와 함께 이 변이를 ‘너그럽게 품어줄’
환경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가정한다. 그는 현생이언 직전의 원생이언
후기에 지구에 찾아온 네번의 빙하기 가운데 마지막 네번째 빙하기에 주목했다. 이 빙하기가
앞선 세번의 빙하기와 달랐던 것은 산소의 증가라는 가설을 내세운다. 이 가설은 고생물학과 분자
생물학, 나아가 지구화학자와 기상학자들이 제기한 각종 의문점들을 ‘마법의 지팡이’처럼 해결해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소가 증가했고, 산소에 의해 제한됐던 생물의 몸집이 커지면서 다양한 진화가
가능해졌다. 이런 환경의 변화 이전에 동물들에게는 이미 ‘혹스 유전자’로 대표되는 ‘발생의
도구상자’가 마련돼 있었다. 두 조건의 만남이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을 일으켰다는 게
놀의 결론이다. 그러나 놀은 어떤 과정이 대기와 바다의 산소를 점차 증
가시켰는지,원생이언 말기에 기후가 왜 급격히 변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다음에 오를 ‘에베레스트산’으로 남겨 두었다.

놀 역시 “인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환경이지 진화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지구 역사의 다음 장이 결정될 것이지만
이것이 단지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 생물권 전체의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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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981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