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보현산맥

*[환경]'온난화 막고, 에너지도 얻고 ~ 'Querer'

fireball(2) 2022. 8. 24. 21:42

2005.09.09 *
*[인터넷 한겨레] - 꿩 먹고 알 먹기

 

 

*온난화 막고, 에너지도 얻고*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저장한 뒤 해저의 메탄을 채취할 수 있을까
기술적·경제적 문제 해결되지 않았으나 연구개발에 박차 가하는 선진국들
 

일 ℓ당 12km를 달리는 자동차로 한해에 1만5천km를 운행한다면 1250ℓ, 즉 1t이 넘는 휘발유를 연소시켜야 한다. 이때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3t이나 된다. 이처럼 탄화수소를 태우는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이산화탄소를 포획한다면 지구 온난화를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다. 현재의 기술로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기는 어렵지만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배출가스를 모을 수 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저장할 수만 있다면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불타는 얼음’의 놀라운 가능성

그동안 천덕꾸러기로 여져졌던 이산화탄소의 놀라운 가능성은 한국과학기술원 이흔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 알려졌다. 당시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된 논문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심해에 저장돼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메탄(CH4)을 채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얼음 상태로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를 실용화할 가능성을 밝힌 셈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방법으로 메탄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는 기술적,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자연을 채취하면서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무엇이기에 환경과 에너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일까.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바닷속 미생물이 썩으면서 생긴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에 의해 얼어붙은 고체연료다. 겉보기에는 ‘드라이아이스’를 닮았다. 드라이아이스는 불에 타지 않지만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른다. 손바닥 위에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놓고 태우면 얼음이 타서 물이 되는 ‘마술’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은 압력과 낮은 기온에 의해 물분자 안에 얼음 상태로 갇혀 있는 메탄가스가 연소해 얼음이 불에 타는 마술 아닌 마술을 선보이는 셈이다.

실제로 핵자기공명 장치(NMR)를 통해 나노미터 크기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자를 살펴보면 마술의 신비를 엿볼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분자 구조가 비슷하다. 이를 떠올리며 이산화탄소를 단위 구조당 2개의 작은 구멍과 6개의 큰 구멍으로 이뤄진 메탄 하이드레이트 옆에 두면 얼음으로 둘러싸인 메탄이 빠져나간다. 그 자리엔 이산화탄소가 대신 들어간다. 실험실에서 이산화탄소 100개가량 댈 경우 메탄 64개가 회수되는 효과를 보였다. 메탄이 모조리 빠져나오지 않는다 해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체가 고체로 바뀔 때 200배 정도로 압축되는 것을 적용하면 메탄 얼음 1ℓ에서 200ℓ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메탄 얼음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까닭은 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방대한 매장량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 매장돼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양을 천연가스로 환산하면 1천조에서 5경㎥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인류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200~500년가량 쓸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질적인 면에서도 탁월하다. 연소 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만 나오며,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놀라운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1930년대에 발견된 이래 오랫동안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엔 화석연료가 풍족해 바닷속 메탄 얼음에 눈을 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메탄을 분리하는 데 쓸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포획하는 화석 연료 발전소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선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으로 주입해 장기간 보관하면서 일정한 공정을 통해 질소 같은 기체는 제거하고 순수한 이산화탄소를 별도로 저장해 해상기지로 운송하게 된다. 해상기지에선 파이프라인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부근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켜 메탄을 축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주로 알래스카, 시베리아, 극지방 등의 동토 지역과 수심 500m 이상의 바닷속 깊은 곳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온과 고압이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생존조건’인 셈이다. 국내의 울릉도와 독도 부근의 해저에도 6억t에 이르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가스 소비량으로, 약 252조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를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자원화 전략에서 찾기도 한다.

국제적 컨소시엄의 공동연구도 대안

현재 일본은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탐사와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근해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7조4천억㎡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일본 내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의 100년치에 해당되는 양이다. 이미 2002년에 일본 주변 해역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확정한 일본은 2012년쯤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에너지원으로 삼으려고 한다. 미국은 2000년에 ‘메탄 하이드레이트 연구 개발법’을 제정하고 2015년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전세계 해양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14%가량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호츠크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막대한 매장량에다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용화를 가로막는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얼음 메탄에서 메탄가스를 분리하는 데 따르는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메탄가스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나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물과 가스는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분리될 때 메탄이 손쉽게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이 시추 과정에서 연소되지 않고 공기 중으로 나오면 이산화탄소보다 강한 온실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심해의 엄청난 에너지원을 ‘그림의 떡’으로 여길 수는 없다. 일단 메탄가스를 얻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자칫 저장고에 오류가 생기면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 생물체를 질식사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메탄가스를 안전하게 분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국제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연구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지구 온난화의 재앙과 비산유국의 설움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인터넷 한겨레]* 2005.09.09 *
http://h21.hani.co.kr/section-021021000/2005/08/021021000200508250574015.html

 

 

 'Querer'

Francesca Gagnon